메뉴판에 새 이름 하나가 오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충남 아산시 신창면 온천대로 725, 신창휴게소 안의 일본식 도시락집 학식은 신제품 하나를 내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현지에서 그 음식을 직접 먹어 보고, 레시피를 전수받은 뒤에야 비로소 개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식은 1977년 문을 연 아산의 로컬 브랜드 신창휴게소가 운영하는 일본식 도시락 전문 매장이다. 휴게소 안의 식당이라고 하면 흔히 '빨리 만들어 빨리 파는 음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학식의 방식은 정반대다. 일본식 도시락을 표방한 이상 흉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신메뉴 후보가 정해지면 일본 현지로 가 그 음식을 직접 접하고, 레시피를 전수받아 최대한 현지에 가까운 풍미를 구현하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현지 맛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이 끝은 아니다. 일본에서 맛있는 음식이 한국 손님의 입에도 똑같이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학식은 전수받은 원형을 기준점으로 두고, 한국인의 입맛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간과 조리를 다듬는 긴 연구의 시간을 거친다. 현지의 정체성은 지키되 낯설지 않게 — 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학식 신제품 개발의 가장 긴 구간이다.

그렇게 나온 가장 최근의 결과물이 쇼가야키다. 쇼가야키(生姜焼き)는 '생강구이'라는 뜻으로, 생강을 갈아 넣은 간장 양념에 돼지고기를 재워 굽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다. 생강 특유의 알싸한 향이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 주어, 일본에서는 밥반찬이자 도시락 단골 메뉴로 사랑받는다. 도시락 전문점인 학식과 결이 잘 맞는 음식인 셈이다. 이 쇼가야키 역시 일본 현지의 맛을 접하고 배워 온 뒤, 한국 손님의 입맛에 맞춰 다듬는 과정을 거쳐 메뉴판에 올랐다.

학식은 앞으로도 신제품을 계속 낼 계획이다. 다만 속도를 내지는 않는다. 쉽고 단순하게 출시하는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깊은 맛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학식의 입장이다. 메뉴 하나가 더디게 늘어나는 이유이자, 한 번 오른 메뉴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산 식당을 찾다가 '휴게소 안 일본식 도시락집'이라는 조합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뒤에 이런 개발 과정이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볼 만하다. 신창휴게소는 자가제면 가락국수, 베이커리 뺑드슈와 함께 학식을 직접 운영하며, 각 매장마다 '직접 만들고 직접 다듬는다'는 같은 태도를 이어 가고 있다. 49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 온 휴게소가 새 메뉴 하나에도 일본까지 다녀오는 이유다.

  • 매장: 학식 (일본식 도시락 전문, 신창휴게소 내)
  • 위치: 충남 아산시 신창면 온천대로 725